제가 미국에서 한국 음식 다음으로 많이 먹게 되는 음식은 햄버거도, 스테이크도 아닌 중국음식입니다. 

어학연수 시절에는 저렴하고 입맛에 잘 맞는데다 여러군데 편리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먹었구요. 

지금도 비슷한 이유이긴 한데 저녁에 빨리 배달을 시켜서 먹기 편하기 때문에 자주 먹게 되네요.


한국에는 한국식 중화요리인 짜장면이 있듯이, 미국에도 미국식 중화요리가 있습니다. 

미국  영화나 TV에서도 자주 나와서 아마 익숙하실 텐데요. 

제가 처음 봤던 것은 HBO 시리즈인 섹스앤더시티에서입니다. 주인공 4명 중 하나인 미란다는 저녁을 늘 혼자 중국음식배달을 시켜먹는데, 어느날 배달 주문 전화를 받은 가게 직원이 미란다가 주문을 하기도 전에 메뉴를 줄줄 읊으며 "맨날 똑같은 거 시키잖아요" 라고 놀렸던 장면이 기억에 납니다.


최근에 알게된 미국의 중화요리 음식점에 대해 가장 놀라웠던 점은 

미국 전역에 있는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피자헛 점포수를 모두 합친 것 보다도 

중국음식점의 숫자가 많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음식점 41,000개 이상> 패스트푸드 체인 4개의 합 - 약 34,900개 

= 맥도날드 14,000 여개+ 피자헛 7,700여개 + 버거킹 7,100여개 + 웬디스 6,100여개


숫자로 보니 더더욱 잘 느껴지는 미국인들의 중화요리 사랑, 대단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중화요리 음식점에는 대표적인 메뉴들이 몇개 있는데요. 모르고 지나치면 그냥 중국음식인가보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 음식들은 사실, 중국에는 없거나 다른 버전으로 존재하지만, 미국에서 재탄생된 요리들이랍니다. 그중 몇개를 소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General Tso’s Chicken 제너럴 차오스 치킨




청나라의 유명한 장군이었다는 좌종당(左宗棠) 의 성을 본따 만들었다는 이 음식은 1970년대에 뉴욕에서 처음 소개된 음식으로, 중국의 후난 지방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매콤함을 줄이고 단맛을 강조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요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중국에는 이런 맛의 같은 음식이 없다고 하는데요. 미국식 중화요리의 대표격인 이 음식은 먹어보면 딱 미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이랍니다. (닭튀김 + 약간 매콤한듯 하지만 달달한 소스맛 - 미국인 기준에서 약간 매콤함임. 한국인 입맛에는 매움의 매자도 안느껴짐)



2. Beef with Broccoli 소고기와 브로콜리





소고기와 브로콜리를 간장과 굴소스에 버무린 나름 간단한 요리로, 익숙한 간장베이스기에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접근성이 있는 대표적인 미국식 중화요리입니다. 막상 중국에는 서양 브로콜리가 수입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구요, 이 음식은 미국에서 자기네가 쓰는 흔한 야채인 서양 브로콜리를 넣어 변형시킨 중화요리랍니다.



3. Crab Rangoon 크랩 랭군, 게살 크림치즈 만두




게살과 크림치즈, 파 등을 넣고 만두피로 싸서 튀긴 요리로, 중국음식점에서 애피타이져(전채)로 인기있는 음식입니다. 중국에서 대대로 크림치즈를 즐겨먹었다? 라는 건 말도 안되겠죠? ㅎㅎ 1950년대에 미국에서 소개가 되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음식이며, 정확한 유래는 며느리도 모른다는데, 미국에서 누군가가 발명한 음식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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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o Box 투고 박스 , 혹은 Chinese Takeout Box  중국음식 포장 박스



미국의 중국식당에서 포장음식, 배달을 할때 쓰이는 이 박스 의 오리지날 명칭은 Oyster Pail (굴 통)인데요. 

지금은 중국 배달음식점들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이 박스는 사실, 1894년에 시카고의 한 발명가가 굴을 담기 위해 만든 박스입니다. 굴을 담는데 사용되다가 2차대전 전후에 중국식당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점점 널리 퍼져 지금은 중국식당과 가장 연계성이 높은 상징적인 물건입니다.  종이로 되어있고, 안에는 왁스로 코팅되어 보통 국수, 밥, 튀김 종류등 국물없는 음식류가 담기는 이 박스는 정작 중국에 가면 볼수가 없다는데요.  미국에서 이 박스의 2/3 를 공급하는 회사는 Fold-Pak 이라는 미국 회사라고 하니. 미국과 중국의 문화가 혼합된 미국의 중화요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물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예전에 보았던 미국의 중화요리에 관한 TED 강의에서 강연자가 했던 재미있는 말이 생각이 나네요.

맥도날드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처럼 패스트푸드를 평준화하고 규격을 정해서 혁신했다면

중국음식리눅스 Linux 와 같이 오픈된 소스로, 어느나라에 가서든 적응해서 자신만의 버전으로 쓰이게 된다- 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국음식은 어느 나라에 가든 카멜레온같이 적응하며 그 나라에 맞는 새로운 중화요리를 선보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음식도 그런 트렌드로 나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미국에서도 불고기 슬라이더, 김치 타코 등등 심심치 않게 한국식 퓨전요리를 볼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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