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뉴욕 지하철을 탔다가 든 생각을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오래되고 지저분하기로 악명높은 뉴욕의 지하철.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가보다. 하고 타지만

처음에 뉴욕에 왔을때만해도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었습니다. 

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쥐와 바퀴벌레의 천국인 더러운 플랫폼에

찐하게 나는 오줌냄새는 한국의 깨끗한 지하철만 일평생 타고 다녔던 저에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쨌든, 오늘 이야기할 것은 뉴욕 지하철보다도 그 지하철에 출몰하는 거지에 대한 것입니다.

미국도 지하철에 칸을 옮겨다니며 구걸을 하는 걸인들이 있는데요. 

그들의 구걸방식은 한국의 구걸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보통 이분들은 우선 칸사이의 문의 열어 제끼고 당당하게 들어와

목청껏 자신의 존재를 알립니다. 


"굿모닝 레이디스 앤 젠틀맨~~~!!!" 이나 

"Can I have your attention, please?!" (여기 좀 집중해 주세요),

"마이 네임이즈 XXXX " 

"I hate to bother you, but 블라블라" (방해해서 죄송하지만, 어쩌고저쩌고) 등으로 말문을 여는 게 보통인데요.


이름을 밝히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당당함

소리높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이것이 뉴욕 지하철 걸인들의 특징입니다. 

그 뒤에 레파토리는 물론 거지마다 다르지만요. 


"해고를 당하고 직업이 없어 배를 곯으며 살고있다."

"일하다가 다쳐서 직업을 가질수는 없지만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

"나는 홈리스인데, 동전 몇개라도 나눠줄수 있으면 정말 감사하겠다"

"나는 돈이없지만 결코 훔치거나 가게를 털거나 하지 않는다"


이런 레파토리를 간단하게 이야기 한후 공격적으로 칸 전체를 걸어다니며 돈을 구걸하는 것이 패턴인데요.

방해받고싶지 않는 승객들에게는 불문율 같은것이 있습니다. 

절.대.로.

걸인과 눈을 마주치지 말것. 


저도 처음에 미국에 왔을때는, 신나게 떠들며 구걸을 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무슨말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빤히 쳐다보며 이야기를 경청했었는데요.

아이컨택을 하게되면 이 걸인들 아주 공격적으로 가까이 다가와 돈을 요구합니다. 

'날 쳐다본다는 건 돈을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니?' 라는 표정으로 말이죠.


한국에서 가장 흔한 걸인은 맹인 걸인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하모니카를 불거나 

슬픈느낌의 배경음악을 틀어놓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세상에서 누가 가장 천천히 걷나 대회라도 하듯이, 

슬로우 모션으로 칸을 이동하는 타입이었는데 말입니다.

미국의 걸인은 공격적이어도 너무 공격적입니다.


"I'm sorry, I don't have any change." (미안하지만 잔돈이 없어.) 라고 말하고 넘어갔지만

미국거지의 당돌함에 된통 당하고는 그 뒤로 절대. 아이컨택은 노노.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 하나.

왜 뉴욕의 거지들은 이렇게 적극적이며, 목소리가 클까요?


첫번째, 대부분의 뉴요커들은 남이 뭘하는지 상관을 잘 안합니다. 

다시 말해서, 일부러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으면 누가 뭘하는지 거들떠도 안본다. 라는 말이죠.

목청껏 소리높여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자기가 무얼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걸인의 존재와 구걸상황을 알아주지 않을 겁니다. 


두번째, 뉴욕의 지하철은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뉴욕의 지하철은 처음 운행한지 자그만치 100년이 넘은 오래된 시스템입니다. 

열차와 선로들이 오래되다보니 방음처리가 잘 안되고 

늘 치치직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달리게 됩니다. 

문이 닫히면 아주 조용해져서 역과 역 사이를 다니는 한국 지하철과는 반대되는 모습이죠. 

이렇게 시끄러운 열차 안에서 소리질러 이야기 하지 않으면 저쪽에서 무슨 얘길 하는지, 누가 있긴 한건지 잘 모르게됩니다. 그 시끄러움속에서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니 목소리가 크지 않으면 안되는 거겠죠?



이렇게 오늘도 미국과 한국의 다름에 대해 느끼고 지나가는 하루 입니다.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