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드레스 쇼핑을 하느라 2시간여를 뉴욕에 있는 백화점 버그도프 굿먼블루밍데일즈에서 보냈습니다.

당장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 참석해야할 중요한 결혼식이 2개나 있는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제 옷장에는 미스테리한 블랙홀이라도 있는건지 입을 게 하나도 없었기에

드레스 사냥에 나서게 된 것이었죠. :)

쇼핑을 하다보니, 제가 미국에 처음왔을 때 쇼핑하다 생겼던 에피소드가 생각이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뉴욕에 와서 정말 초기에 MACY'S 에서 신발 쇼핑을 하고있던 어느 날이었는데요.

우선 미국의 신발 쇼핑은 이렇게 진행이됩니다. (백화점일 경우)



  1. 맘에 드는 신발을 고른다

  2. 직원에게 본인의 사이즈를 말한다

  3. 사이즈별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는 직원이 신발의 모델명/고유번호를 입력하고 그 사이즈의 수량이 있는지 확인해준다 

  4. 주변에 비치된 의자나 쇼파에 앉아 직원이 신발을 갖다주기를 기다린다 

  5. 신발을 신어보고, 거울을 보고, 사이즈가 맞나 체크해보고 맘에 드는지 판단한다

  6. 직원에게 이것을 살것이다, 혹은 이러이러해서 맘에 안드니 다른 것을 더 보겠다 라고 말한다

  7. 맘에 들어서 살 경우, 직원이 신발을 계산대로 가져가며 따라오라고 한다

  8. 계산대로 직원을 따라가 계산을 하고 물건 구입을 마친다




브랜드 매장별로 담당직원이 따로 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 미국 백화점에서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며 

한 직원이 여러 브랜드들을 함께 판매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이 브랜드 저 브랜드 넘어다니며 손님을 응대하기에 바쁘고, 

사람이 아주 많은 백화점의 바쁜 시간대에는 직원들에게 도움받기조차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유동인구가 차고 넘치는 맨하탄 34번가 MACY’S 는 그런 경우가 많았었네요.

(최근에 갔더니 싹 레노베이션을 해서 깔끔한 모습의 신발 매장이 2층에 있던데, 예전에는 5층에 돛대기시장같은 느낌으로 자리했었습니다.)



어쨌거나, 신발 쇼핑중이었던 저는 맘에드는 신발을 고르고, 

겨우겨우 직원을 한명 골라잡아 (?) 사이즈를 문의해서 구두를 신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이 한동안 얼굴이 보이질 않자 성질 급한 저는 주변에 있는 제 2의 직원에게 

또 다른 신발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한국에선 한 매장에 직원이 여럿있으면 서로 협동해서 도와주고,

판매의 성사를 위해 같이 일한다. 라는 느낌을 받았던 저라서

당연히 다른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했던 것인데요.

(제가 한국 백화점의 생리를 잘 모르고 순진하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선, 정확히 말해서 커미션이 수입의 전부인 미국 백화점의 특정 부서에선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때 이렇게 양다리를 걸쳐선 안된다는 걸 몰랐던 거였습니다.


제 2의 직원이 새로운 신발을 신어보고 있는 저에게 코멘트를 날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바람처럼 나타난 첫번째 직원이, 그 제 2 의 직원의 존재는 싹 무시하고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이 때부터 뭔가 안좋은 느낌을 감지했었지요.

신발을 고르는데만 정신이 팔려있고,직원들의 커미션 같은 것에 대해선 무지했던 저는

고민고민하다 제 2의 직원이 가져다준 신발을 선택했는데요.


첫번째 직원, 재빠르게 신발을 들고 계산대로 걸어가며,

차가운 말투로 두번째 직원에게 말합니다.

내가 먼저 도와주고 있었어'


그러자 두번째 직원, 지지않고 계산대로 따라오며 말합니다.

'그 신발 내가 가져다 준거야'


아니, 얼마 하지도 않는 신발 한켤레에 그때부터 시작된 두 여자들의 안구 레이져쇼.  

서로 '이구역의 미친 X 은 나야' 라는 듯 눈빛싸움,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동안 

저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손님들이 앞에 있으니 본격적으로 싸움을 할수는 없지만, 낮은 목소리로 왜 자기손님인지에 대해 계산대 너머로 설전 중인 두 직원을 앞에두고 든 저의 생각은.


내가 양다리(?)를 걸치는 바람에, 두 직원이 쌈을 하게 생긴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손님이 앞에 있는데, 자기들의 권리주장이 먼저인 그들의 서비스정신에 약간 언짢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혼합된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연륜이 좀 더 있어보였던 첫번째 직원이 위너가 되었구요,

그녀는 당당한 승리의 미소로 계산을 도와준 뒤, 좋은 하루 보내라며 저에게 활짝 웃어주었는데요. 

저는 같이 웃어줄수가 잘 없더라구요.

그 웃음 뒤의 대단한 파이터 느낌 아니까~


어쨌든 이 일이 있은 뒤로는,

백화점 쇼핑에서 직원의 도움을 구할때는, 꼭 그 직원이 얘기해주는 자기이름을 잘 듣고 외워놨다가

다른 직원이 '뭘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오더라도. 'OO가 나를 도와주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해서 직원들간의 빅매치를 미연에 방지하게 되었답니다.


이상 미국에서 아마추어같이 쇼핑하다 난감했었던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세일즈의 세계는 참으로 경쟁 심하고 가차없는 곳 같습니다.

그래서 세일즈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대인관계, 손님과의 릴레이션십 쌓기, 편안하게 대화이끌어가기 등의 여러 스킬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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